2024.04.29 (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등 ‘사서’는 유교 국가였던 조선시대엔 과거를 보려는 자라면 반드시 익혀야 할 교과서였다. 현재엔 그런 효용이 없음에도, 동양학과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겐 여전히 인기다. 서점엔 이들 책의 번역서가 무수하다.
그런데 성균관이 사서를 마치 성경처럼 하나의 가죽책으로 묶어 휴대용으로 펴냈다. 최초의 일이다. 성균관은 성균관대 입구에 있지만 대학이 아니라, 전국 234개 향교와 700개 서원의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유림 조직이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을 찾았다.
1년 전 3년 임기의 성균관 수장에 취임한 손진우(86) 관장은 “조선시대의 패권 문화가 아닌 생활 철학으로서 사서의 가치는 지식인들도 인정한다”며 “이제 유림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보기 편리한 사서를 접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이번 사서 편찬은 최영갑(58) 성균관 교육원장 겸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장이 편집위원장을 맡아 지휘했다. 최 원장과 김용재 성신여대 교수, 박광영 총무부장 겸 의례부장, 안은수 성균관대 교수, 오흥녕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연구원, 이상호 유교신문사 대표, 허종은 한림원장 등 7명이 6개월 만에 독회를 거쳐 완간했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사서를 가르치는 최 원장 등도 개인적으로 사서 번역서를 낸 적이 있지만, 이번엔 7명의 공동작업을 거쳐 합의된 사서를 낸 것이다.
특히 ‘성균관 <사서>’에서 주목할 점은 조선 성리학이 주자의 주석을 중심으로 삼은 것과 달리 주자의 주석을 뺀 혁신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최 원장은 “주자가 대단한 학자이긴 하지만, 왕양명이나 다산 정약용 등 수많은 학자의 주석이 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주자학자보다 오히려 양명학자가 많다. 주자학도 참고는 했지만 주자학 일변도로 나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초보자도 손쉽게 읽도록 하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한글세대도 읽을 수 있도록 모든 한자에 한글음을 달았고, 세로로 원문 바로 아래에서 한글 번역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여러 음으로 동시에 쓰여 헛갈릴 수 있는 한자나 인명, 지명은 같은 쪽에서 색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이 책은 전국의 향교에서 행해지는 고전 교육의 교과서로 사용된다. 손 관장은 “방송예술인단체와도 성균관이 교육을 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사서가 국민의 인성교육에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