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밤안개
작년 여름 울릉에서 독도 답사 여행을 마치고 회항, 쾌속선이 막 울릉 사동항에 접안을 시도하던 그때였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갑작스레 몰려 온 거대한 해무의 급습으로 청명하던 대낮이 일순간 밤중처럼 사방이 어둠속에 잠겼다.
평생에 처음 당하고 본 자연현상에 잠시 혼란스럽고 당황하였으나 울릉여행이 아니고 선 체험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아니던가.
참으로 귀한 신선한 첫 경험이요 평생 反芻(반추)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어제가 찬이슬이 맺힌다는 寒露(한로)여서일까 조금전까지만 해도 훤하던 밤하늘이 子正(자정)이 가까워지자 갑작스레 일순간 짙은 밤안개가 덮쳤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타고 가을밤 텅빈 거리 자욱히 韻致(운치)를 더한다.
마치 공연장의 미스트 조명처럼 자연이 조작해 낸
거대한 무대 연출에 흩어진 낙엽만 촉촉히 숨을 죽인다.
내가 청춘이면 밤을 잊을 테지만 주름진 만춘은 가버린 추억을 쫓는다.
가끔씩 출렁이는 안개더미가 허연 연기처럼 공중 난무를 펼치며 관객없는 공연의 서막을 알린다.
운치를 더한 滿秋(만추)의 낭만,
밤을 잊은 거리의 악상이
먼 기억을 헤맨다.
휴대폰이 검색해 들려주는 호소력 짙은 촉촉
한 흐느낌
장현의 "미련"
"내마음이 가는 그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갈 수 없는 먼곳이기에
내마음만 더하는 사랑~
...먼훗날에 돌아온다면 변함없이 사랑하리라~
그립다
돌아가고 싶다!
글쓴이 정길수